본문 바로가기
문화. 연예

10월의 시 모음 이해인 기도, 가을

by 코페인 2025. 9. 5.
반응형

10월의 시 모음 이해인 기도, 가을

가을의 중심, 10월을 위한 시

10월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계절입니다. 한 해의 후반, 가을의 정수 속에서 우리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 선선한 바람과 단풍, 코스모스, 그리고 익어가는 감과 석류가 우리의 마음을 차분히 감싸줍니다.

10월의 시 모음
10월의 시 모음

이번 포스팅에서는 10월을 테마로 한 아름다운 10월의 시 모음과 함께, 각 시의 감상평과 시인을 소개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가을을 받아들이는 여유와 성찰의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해인 수녀의 10월: 향기와 엽서

10월의 기도 -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 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집이 되는 말로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 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더욱 넓은 마음으로 서로 도와가며 살게 하시고
조금 넉넉한 인심으로 주위를 돌아 볼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 주소서


10월의 엽서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주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감상 및 해설:
이해인 수녀의 시는 언제나 따뜻하고 단정합니다. '10월의 기도'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마주하며 '사람 냄새 나는 향기'를 지닌 이가 되기를 바라는 기도문 형식의 시입니다. 언어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은 결코 가볍지 않죠. 누군가를 상처내지 않고 살아가기를, 감사하며 넉넉한 인심을 지니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10월의 엽서 - 이해인
사랑을 말로 하지 않고 석류, 단감, 탱자 향기로 대신하는 시인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투명해진 내 마음’이라는 구절에서는 계절이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얼마나 고운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엽서라는 형식 안에 기도, 사랑, 감동을 담아 보내는 이 시는 고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시인 프로필 - 이해인

  • 본명: 이해인 수녀
  • 출생: 1945년, 강원도 양구
  • 수녀이자 시인. 1965년 수녀 서원, 197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 대표작: 민들레의 영토,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시 세계는 따뜻한 신앙, 겸손, 순명,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일관되어 있습니다.

류시화, 이문재 - 존재의 울림

시월의 시 - 류시화

시월의 시 – 류시화

그리고는
가을 나비가 날아왔다
아, 그렇게도 빨리

기억하는가
시월의 짧은 눈짓을

서리들이 점령한 이곳은
이제 더 이상 태양의
영토가 아니다

곤충들은 딱딱한 집을 짓고
흙 가까이
나는 몸을 굽힌다

내 혼은 더욱 가벼워져서
몸을 거의 누르지도 않게 되리라

감상 및 해설:
‘태양의 영토가 아닌 곳’, ‘혼이 가벼워진다’는 류시화의 표현은 내면의 성찰과 죽음에 가까운 고요를 동시에 전합니다. 생명력보다는 무상함을 전면에 드러내는 시지만, 오히려 그것이 깊은 평화로 다가옵니다. 가벼움과 존재의 무게를 대조시키는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10월 - 이문재

10월 – 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을 따 간다
노랗게 물든 채 걸음을 멈춘 바람아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편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는 10월

감상 및 해설:
‘타올라야 투명해진다’는 구절은 가을의 미학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숙명을 담고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성장, 상처의 흔적을 인정하며 그것이 진정한 탈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는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은행잎의 추락이 곧 인간의 내면 성숙으로 치환됩니다.

시인 프로필 - 류시화, 이문재

  • 류시화: 1959년 충청북도 제천 출생. 시인이자 번역가. 대표작: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이문재: 1959년 경기 시흥 출생. 현실 참여 시를 넘어서 자연과 인간의 깊이를 고찰하는 시로 주목받음. 대표작: 제비꽃 여인숙, 지금 여기가 맨 앞

김정섭, 박노해 - 꽃과 시간의 메타포

10월의 코스모스 - 김정섭

10월의 코스모스 – 김정섭

꽃이 지고 있습니다
헤적이다가 얼룩진
지난날들이
꽃으로 피었다가
지고 있습니다

진홍빛 사연들이
연분홍빛 체색들이
하얀 화선지 위에
한 폭의 수채화로
그려졌던 날들이
가을 언저리에서
애써 꽃으로 피었다가
깊어가는
내 가을 비밀노트에서
아프게 지고 있습니다

감상 및 해설:
코스모스가 지는 모습을 통해 지난 시간의 아픔을 되짚는 시입니다. 연분홍, 진홍, 화선지 등 시각적 이미지가 강하고, 시적 주체의 내면이 ‘비밀노트’로 표현되며 사적인 감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깊어지는 가을 속에서 삶의 무게가 차분히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가을은 짧아서 -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것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 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고
더 깊이 성숙하고

내 인생의 결정적인 단 하나를 품고
영원의 시간을 걸어가는
짧은 가을날의 긴 마음 하나

감상 및 해설:
박노해 시인의 시는 언제나 철학적입니다. ‘가을은 짧아서’라는 시작과 마지막의 반복은 시간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그 안에서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나기’를 권유합니다. ‘결정적인 단 하나’를 품는다는 말은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 삶의 가치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시인 프로필 - 김정섭, 박노해

  • 김정섭: 감각적 언어와 세심한 묘사를 통해 자연의 정서를 시화하는 작가로 알려짐.
  • 박노해: 본명 박기평. 1957년 전라남도 함평 출생. 노동운동가이자 시인. 대표작 노동의 새벽. 깊이 있는 성찰과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시에 담아냄.

목필균, 김사랑 - 시월의 안부와 연정

10월의 시 - 목필균

10월의 시 –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품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가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감상 및 해설: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쓰는 편지. 이 시는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혹은 잊힌 이를 떠올리는 듯한 안타까움과 온기가 섞인 시입니다. 특히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라는 표현은 삶의 고독을 위로받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드러냅니다.

10월의 시 - 김사랑

10월의 시 – 김사랑

살다 보니 10월이고
길가에 코스모스 피고 바람에 흔들릴 때면
소녀처럼 웃고픈 10월이다

꽃을 따서 하늘에 날리고
그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아직도 그리는 이내 사랑은
고추잠자리 알아줄까?

중연의 달은 뜨고
기러기 울어가는 밤이면
내 사랑에 단풍이 들고
내 인생에도 10월이야

내 인생에 억새꽃 피면
흐르는 무정한 세월 속에
잊지 못한 추에이야

감상 및 해설:
이 시는 사적인 감정이 다분히 담긴 연시입니다. ‘고추잠자리 알아줄까’라는 다소 투박한 표현에서도 시골 소녀의 풋풋한 감성이 느껴집니다. 단풍, 억새꽃, 기러기 등 가을의 전형적 풍경이 과거의 기억과 엮이며 ‘10월’이라는 시제가 정서적으로 풍성해집니다.

시인 프로필 - 목필균, 김사랑

  • 목필균: 시인 및 작사가로 활동. 일상적인 소재를 따뜻한 언어로 풀어내며, 인간관계의 본질을 시로 엮어냅니다.
  • 김사랑: 로맨틱한 감성을 바탕으로 자연과 사랑의 상호작용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시인입니다.

윤보영, 오보영 - 일상과 시절의 아름다움

10월 아침에 - 윤보영

10월 아침에 – 윤보영

10월이 되었습니다
10월을
기다렸던 사람도 있을 테고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나처럼
반갑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당당하게 10월을 맞이하고
10월의 주인이 되기로 했습니다

매년 그러했듯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10월
지금부터 내 10월을
나를 위한 10월로 만들겠습니다

모임에도 자주 나가고
낙엽 보이는 창가에 앉아
부드러운 커피도 마시면서
내 안에 찾아온 10월을
즐기면서 보내겠습니다

생각 한 번 바꾸었는데
쓸쓸한 표정 짓던 10월이
꽃다발 같은 미소로 다가섭니다

"그래, 10월!
우리 한 번 잘해보자!"
꽃밭 같은 마음 내밀고
10월을 맞이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상 및 해설:
이 시는 ‘시적인 다짐’의 전형입니다. ‘내 10월을 나를 위한 10월로 만들겠다’는 결심이 아주 일상적인 문장 안에 담겼습니다. 커피, 창가, 모임이라는 단어 속에서도 ‘새로운 마음가짐’이 생생히 드러납니다. 시의 형식이라기보다 내면 독백에 가까운 문장들이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줍니다.

10월 잎새 - 오보영(미송)

10월 잎새 – 오보영(미송)

낙엽 되어
떨어진다고

너무 서글퍼 하지 말거라

그간 너는
널 맺게 해준 나무를 위해서
나무 있게 해준 숲을 위해서

네가 너로서
지켜야 할 본분
하여야 할 도리를

할 만큼 하며 살아왔단다

지난 세월
강풍아 불어와도
폭우가 쏟아져 내려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할 바를 다하였으니

이제는 편안한 맘으로
귀한 소명 감당하거라

널 필요로 하는
땅에게로 가서
기름진 밑거름이 되어 주거라

감상 및 해설: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서글퍼하지 말라’는 권유는 가을의 필연과 생의 순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줍니다. ‘기름진 밑거름이 되라’는 마지막 구절은 낙엽을 삶의 미완이 아닌 완성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시는 계절의 순환을 인간 삶의 윤리와 연결해 철학적 깊이를 더합니다.

시인 프로필 - 윤보영, 오보영(未松)

  • 윤보영: 사랑을 주제로 한 짧고 감성적인 시를 많이 발표한 SNS 인기 시인.
  • 오보영(未松): 전통 한시와 자유시를 넘나드는 문체로 생명과 윤리, 자연과의 조화를 시에 담아내는 시인.

결론: 시월, 마음을 내어주는 시간

10월은 그 자체로 시적인 달입니다. 단풍과 낙엽, 하늘과 바람, 사색과 기도, 사랑과 기억이 어우러지는 시간. 이 글에서 소개한 시들은 계절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10월이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해지기를, 이 시들이 작은 등불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반응형